만사 제쳐두고 WALL-E 시사회를 다녀왔다. 별로 영화를 홍보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기 때문에 시놉시스 같은건 접어두고 내 나름대로의 리뷰를 적고자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전에 읽었던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에 픽사 얘기도 당연히 써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뭔가 빠져들게 필요했던 시기여서 역사랄까, 그들이 초창기 작업했던 단편들을 열심히 찾아 본 기억이 있다. 아무튼 나름의 애정을 갖고 있는 스튜디오라서 이번에도 적잖은 기대를 품고 관람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역시'다. 물고기도, 괴물도, 쥐새끼도 귀엽게 하더니 이젠 로봇까지 귀엽게 만들었다. 이 작품에서 어떻게 저 구닥다리 로봇이 감정을 품게 됐을까 하는 둥의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같은 SF적 개념을 논하는건 너무 올드패션이다. 오히려 그런 개념을 배제하고 째즈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WALL-E의 아기자기한 일상들이 낭만적이기까지하고 그 조용한 침묵에서 무언의 암시를 주고 있는 듯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스펙터클해지면서 되려 편하게 만화를 보는 느낌이다. 텅 빈 지구에 혼자 살아남아 묵묵히 청소를 하며 유일한 낙이라고는 폐품 수집인 고독한 로봇이라는 설정 자체가...
베스트 장면은 아무래도 초반 WALL-E의 안식처인 트럭 장면이다. 아이팟이 보이는가하면 숟가락과 포크의 중간 형태인 (도시락 싸가지고 다닐 때 많이 들고 다니던) 그것을 줏어와서 숟가락통과 포크통 중 어디에 넣을까 고민하던 장면이 영화상에서 처음으로 내 긴장을 풀어줬던 것 같다. 또 한가지 재밌는건 WALL-E가 태양열로 충전을 마치면 맥킨토시 부팅 소리가 난다는 것과 나중에 Axiom호 선장이 처음으로 두발로 설 때 SPACE ODYSSEY의 사운드트랙이 나온다는것이 흥미있는 볼거리.
설문지에는 매우 재밌다고, 강력 추천 한다고도 썼다.
내 블로그에선 그런 말을 따로 쓰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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