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맹구 아저씨가 D.I.Y. 정신을 발휘해 두 손만 있으면 누구나 배트맨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이전부터 배트맨을 좋아했다. 다른 영웅물은 허무맹랑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 고독한 영웅은 유니폼부터 자동차까지, 친구들부터 적들까지 매력으로 가득차있다. 이 영화의 성공 요인중 하나가 캐스팅의 탁월함이라고 생각한다. 케이티 홈즈 대타로 나온 매기 질렌홀은 'Stranger than Fiction'에서 바보같은 아저씨 해롤드 크릭에게 보냈던 눈빛의 절반이라도 브루스 웨인에게 줬더라면 그녀를 칭찬했을지 모르겠지만 별로 큰 인상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것 조차 캐릭터의 101%이상을 소화한 배우들을 보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얼마전 요절한 Heath Ledger가 연기한 조커를 보면서 남들처럼 나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소싯적에 보았던 Jack Nicholson이 보여준 그것만큼의 임팩트였다. 보는 내내 분장 때문인지 광기어린 연기 때문인지 Heath가 맞는지 유심히 살펴볼 정도였는데 위의 사진을 보니 맞다. 라벨없는 보라색 수트처럼 섬뜩하리만큼 멋있다. 또, Heath와 같이 Bob Dylan의 전기 영화 'I'm Not There'에도 나오지만 서로 만나지는 못했을(영화에서 둘이 같이 나오는 씬이 없다.), 그리고 5살의 어중간한 나이차이처럼 실제로도 어중간한 사이였을것 같은 브루스 웨인이자 배트맨인 Christian Bale 이야기를 하고 싶다. 'Shaft'와 'American Psycho'의 원투펀치로 관객들에게 미친 백인 양아치 새끼로 박힌 그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각종 개념작과 졸작들의 사이를 넘나들며 출연하다가 이윽고, 배트맨으로 부활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적인 Heath Ledger의 연기에 혼이 빠져서 Christian Bale의 고독한 연기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아무리 조커의 why so serious?가 싸이지앵들의 미니홈피 영화 폴더에 각각 한장씩 업로드 할만큼의 파장을 남기긴 했으나 제일 먼저 올라오는건 그의 이름이다. 내가 꼽은 명장면은 조커가 면도칼을 들고 쳐웃거나 하는 장면이 아니라 극중 브루스 웨인이 사랑하는 여자 레이첼 도스와 그의 애인 하비 덴트의 데이트 중에 끼어들으면서 "여긴 내 소유거든"하고 말하는장면이다. 저 짧은 말 사이에 그의 표정에서 각종 거만함과 젠틀함, 기사도, 인자함, 정의감, 하비 덴트를 향한 경멸, 의심과 추궁, 뭘 먹을까? 하는 수만가지 심정이 느껴진다. Equilibrium에서처럼 표정없이도 살 인간 같은데 오히려 눈썹 한 번 치켜세우면 대사가 없어도 브루스 웨인 특유의 그 뻔뻔함이 묻어나온다. 내년에 새로 나오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도 출연한다고 하는데 나는 찬성일세. 이 양반은 1년에 2~3작품씩 왕성하게 연기 활동하다가 훗날 늙은 내가 식사를 하고 있을때 켜놓은 텔레비전에서 'Christian Bale 타계'하고 나오면 좋겠다. Tobey Maguire나 Robert Downey Jr.가 죽을때 보단 훨씬 슬프겠지...
ps: 가장 존경하는 배우인 Gary Oldman에 대해선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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